원장님 이야기
사진 제목 / 등록일
9월의 이야기 밤새도록 울어 대는 귀뚜라미 소리에밤잠 설레이고 출근길에 옷소매는 길어졌네한낮에 고추잠자리 앉을 듯 앉을 듯잔디밭에 날아다니고채진목 나무 열매 빨갛게 익었나 싶더니새들이 앉았다 날아가니열매는 보이지 않고가지들만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네감나무에 달린 감도 감색으로 옷을 갈아입고나뭇가지 사이를 뾰족이 내밀며인사를 나누네일러 주지 않아도 어김없이 찾아오는계절 앞에 방림원은 더욱더 바빠지고덩달아서 추석이란 놈은춧석춧석 바쁘게 나를 쫓아오고 있구나
방한숙
2021.09.29
8월의 이야기 불볕더위 사라지고입추가 찾아오니가을맞이 준비에 한층 바빠지네때늦은 가을 장마에 방림원 숲은 무성해지고서늘한 숲속을 거닐다 보니 등줄기에 붙어있던땀에 젖은 블라우스 힘 없이 떨어지고물푸레나무에서 울어 대는 매미소리 찌르르 찌르르반갑게 울기도 하네태풍 '오마이스'가 온다는 소식에방림원 옆길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혼자 중얼거리며 숲길을 걷고 있네
방한숙
2021.09.01
7월의 이야기 배롱나무 꽃이 붉게 수놓은방림원의 7월은 화려하다어김없이 찾아오는 삼복더위가장마라는 손님을 모시고 왔네흐드러진 나뭇가지에 빗물이고이고 고여서 그 무게를 못 이겨꽃들은 땅을 바라보고대롱대롱 매달려 있네떨어진 꽃잎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하나의 꽃동산을 이루니굵은 빗줄기를 바라보면서이제 장마가 물러 갔으면 좋겠다고혼자 내내 구시렁거리고 있네
방한숙
2021.07.22
6월의 마지막 일요일  '봄봄' 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봄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덥다,더워~'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여름이 왔나하고 달력을 보니 6월의 숫자도 몇 개 남지 않았네. 연두색 잎이 짙푸른 녹색으로 갈아입고그 한가운데 수국이 환하게 웃어주니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수국은 다른 꽃에 비해 꽃송이가 크기때문에누렇게 지는 모습이 눈에 쉽게 띄어 빨리 잘라주고 내년을 기약해야만 한다.내년 여름에 건강한 너희들 모습을 기대하면서오늘도 거름과 물을 주면서6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보내고 있네.
방한숙
2021.07.22
장마비 내가 20년 전에 제주에 내려왔을 때는 '고사리 장마' 라고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바람에방림원 식구들이 살아가는데 더 없이 좋았는데세월이 가면서 어느샌가 가랑비가 장대비로 변해 버렸다.굵은 장대비가 한 번 쏟아지면꽃들은 고칠 수 없이 망가지고 연약한 새순들은 꺾이고 부러져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들판과도 같다.상처 투성이인 들판에 반듯하게 서서 나를 반겨주는꽃창포(붓꽃과)가 있어 나는 감사하고 행복하다.다시 옛날처럼 고사리 장마가 찾아오는 날이 있을까?
방한숙
2021.06.01
5월의 이야기 오월에 피는 꽃은 대다수가 해묵은 나무들이라야생화 보듯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때로는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그 화려함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나뭇가지마다 허리가 부러지도록 매달린 꽃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저절로 배가 부르다.그들이 내어주는 그 향기에 내 코는 행복하고숲속에서 짖어대는 새소리에 내 귀 또한 즐겁다.
방한숙
2021.06.01
4월의 이야기 4월은 참으로 바쁜 달이다. 꽃이 피고 지고 마치 봄에만 볼 수 있는 시간의 달력 같다. 늦장 부리던 식물과 나무들도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꽃을 먼저 세상에 선보이고연두색의 연한 순을 내미는 배롱나무도 화려한 4월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새싹을 피우는 나무 아래 꽃은 지고 잎은 누렇게 변해 세상에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휴면기에 들어가는 식물(복수초, 수선화 등등)들도 눈에 띄니참으로 4월은 계절이 오고 가는 달인것 같다.
방한숙
2021.04.22
3월의 이야기 굵은 빗방울 흩날리며 비바람 몰아치던 요란했던 지난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니 나뭇가지는 굵어지고 솟아난 새싹 줄기는 힘이 생겨 꼿꼿하게 서있네.한 번씩 내리는 봄비에 키가 쑥쑥 자라더니 따사하게 내리 쬐는 햇살 아래 마침내 꽃망울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하네. 꽃잎 하나하나에 화려한 옷을 입혀준 태양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방한숙
2021.04.07
2월의 이야기 쌀쌀한 바람이 가슴속을 파고 들어 때늦은 털코트를 주워 입고 방림원에 와보니 지난 밤 세찬 바람 맞은 꽃눈들이 통통하게 부어있네. 그 바람 속에서도 매화꽃은 만발하고 땅속의 복수초는 노랗게 얼굴을 내밀고 있구나.
방한숙
2021.04.07
1월의 이야기 제주도는 한겨울 보다 2월, 3월이 더 춥다. 찾아오는 봄바람이 매서울 정도로 차다. 2021년에 찾아오는 봄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 꽃과 식물들을 지키는 나로서는 걱정이 많았다. 제주에 내려온 이래 20년 동안 이렇게 눈이 많이 오고 추웠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눈 속에 파묻힌 방림원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설경이였다. 온 세상이 하얀 것이 내 마음속도 머릿속도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하얘졌다. 이 하얀 도화지 위에 봄이 찾아오는 그림을 그리며 눈쌓인 방림원 길에 내 발자국을 남겨본다. 
방한숙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