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야기
사진 제목 / 등록일
12월의 이야기 12월   12월 마지막 달이다. 팔순이라고 떠들어 대던 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2022년이 지나고 해가 바뀌면 내 나이 팔십에 한 살 더 붙는다. 여든하나다.새삼 느끼는 바는 시간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 가장 기념하고 싶은 일은 지나가는 바람(세월) 속에서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팔 쪽 병풍 석부작’을 완성했다는 것이다.순식간에 팔십 년이라는 긴 시간은 흘러갔지만, 그 흔적은 남아있지 않기에 세월의 끝자락에 점 하나를 찍어 남기고 싶었다. 동(銅)으로 제작한 ‘팔 쪽 병풍’에 돌로 그림을 그리고 그 돌 위에 식물을 심어 보았다. 이것은 숨을 쉬는 병풍이요, 이 병풍은 나와 같이 늙어 갈 것이다. 세월의 주름살은 겹겹이 가슴에 새기면서 팔순 고개를 넘어갈 것이다.  
방한숙
2023.03.02
11월이야기 11월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은 ‘보성파워텍’이 ‘제7회 명문장수기업’ 시상식에 참석해 상을 받는 날이다.시상식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50년 이상 무사고로 기업을 이끌어온 대표(설립자)에게 상을 수여하는 뜻깊은 날이다. 우리 집안에 대단하고 의미 있는 날이다.단상에 올라서신 회장님께서 수상소감을 말씀하시는데 회장님의 모습은 세월을 초월해 젊고 당당해 보였다. 힘 있는 목소리는 살아오신 지난날에 품위와 관록을 말해주고 있었다. 회장님께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더라면 ‘보성파워텍’이라는 중소기업을 대기업 문턱까지 끌어 올렸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생각을 아주 짧게 잠깐이나마 해보았다. 그래도 중소기업대표로써 한 길을 원 없이 살아오셨고, 회장님 인생도 흠잡을 것 없이 훌륭하셨다.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은 시간은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라며 감명 깊은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모든 마음이 진심 어린 아내의 마음이자 바람입니다.
방한숙
2023.03.02
10월 이야기 10월2022년 10월 9일은 이쁜 손녀딸이 시집가는 날이다. 내 생애 손녀딸 결혼식은 처음이라 무척 설레고 흥분되는 날이기도 하다. 집안에 경사가 있는 날은 먼 친인척을 만나 볼 수 있다. 결혼식장은 친척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일일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집안 친척들이 반갑다고 손을 마주 잡고 웃어준다. 그들 얼굴에 잔주름이 먼저 서로를 반겨주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들떠있는 분위기도 식이 시작되니 조용해졌다. 생화를 화려하게 장식해 놓으니 식장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손녀딸이 한층 더 예뻐 보였다. 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 인사를 받으며 손녀딸 효정이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할머니의 진정한 바람이다. 내 딸 결혼식이 엊그제인 것 같은데 벌써 손녀딸 결혼식을 마주하다니 이제 나도 나이 들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가슴에 와닿는다. 오늘 하루도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방한숙
2023.03.02
9월 이야기 < 9월 >   무더위는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 방림원 일을 도와주신다고 서울에서 회장님이 제주로 내려오셨다. 오시자마자 두 손에 연장을 챙겨 들고 방림원 구석구석을 돌보시더니 “이곳에 칡넝쿨이 많이 붙었군” 하신다. 작업할 곳을 정하시더니 낫 하나 손에 쥐고 우거진 가시넝쿨로 들어가셨다. 엉클어진 넝쿨 속에서 작업하신 회장님 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 얇은 여름 작업복은 흠뻑 젖어 있고, 낫을 잡은 손목은 지친 듯 힘이 빠져 보였다. 작업을 대충 끝내고 오후에 사무실로 내려오셨다. 앉자마자 기운이 하나도 없이 하시는 말씀이 작업 도중 안경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어디에 벗어 놨는지, 떨어뜨리셨는지 정신없이 일에 열중하다 보니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방림원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회장님 안경을 찾느라 분주했다. 작업했던 장소를 이 잡듯이 헤집어도 안경을 찾지 못했다. 회장님께서 퇴근 무렵 직원들에게 안경을 찾는 사람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현상금 100만 원을 약속하시고, 힘 빠진 걸음으로 집으로 가셨다. 다음 날 출근도 하기 전에 안경을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회장님 안색이 밝아지시며 어서 방림원에 가자고 재촉하시는 바람에 서둘러 출근해 안경을 받았다. 안경을 찾아준 사람에게 고맙다며 기분 좋게 답례하셨다. 회장님은 다시 안경을 찾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다. 사실 그 안경은 아들이 회장님 생신을 맞이해 고가의 선물을 해드린 것이었다. 아들에게 선물 받은 안경이기에 특별한 안경이었다. 다시는 잊어서는 안 되는 선물이다. 아들이 선물해준 안경으로 세상을 다시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생각한다. 
방한숙
2023.01.28
8월 이야기 8월은 복날이 세 번이나 들어있는 달이다.   식물도 덥다하고, 짐승도 덥다하고, 사람도 덥다덥다 한다.   최고로 덥다 하는 중복 날 우리 방림원 식구들은 삼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랜다.   우리의 여름은 물과 풀의 전쟁이라 식물에 물주는 일로 방림원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 풀을 뽑고 돌아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 풀이 파랗게 올라온다.   더위와 상관없이 풀들은 쑥쑥 잘도 자란다.   더위와의 전쟁 속에서 나는 요즘 팔순 생일기념으로 ‘석부작 병풍 작품’을 만들고 있다.   동(銅)으로 만든 팔 쪽 병풍에 돌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돌로 산과 계곡을 만들고,식물로 색칠하려고 한다.   내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리건만 잘 될지 궁금하다. 하여튼 해보자. 끝이 있겠지...  
방한숙
2023.01.14
7월 이야기 칠월이면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이다.   더위와 가뭄이 겹치는 바람에 식물관리에 무척 힘들다.   뜨거운 뙤약볕에 못 이겨 수국의 화려한 모습이 빨리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하루 종일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주건만 식물들의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럴 때 시원한 빗줄기 내려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어서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여름이 시작되는 칠월 첫 달이기에   내 생각이 좀 주책스럽구나. 
방한숙
2023.01.14
6월 이야기 이날은 사람들이 말하는 팔순이라 불리우는 내 생일 날이다.   팔십 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나버린 시간이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몇 시간의 짧은 기억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짧은 기억 속엔 식물들과 보낸 이야기가 전부인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식물들과 함께하였기에 팔십 년이란 긴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남아 있는 시간도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몸은 늙어 힘은 없어도 숨을 거두는 시간이 다가온다면 꽃다운 청춘으로 세상을 떠날 것이다.                                                                   2022년 6월 17일
방한숙
2023.01.14
5월 이야기 내 생에 큰 행사가 주어졌던 5월이다. 5월 16일은 ‘박물관 특별 공로상’을 받은 날이다. 내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일생에 명예와 영광을 한 몸에 받은 설레고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상을 받을 수 있게끔 수고해주신 정세호관장님께 감사드리고, 어머니상을 받는다고 명품가방과 시상식 날 입을 옷을 준비해준 아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내 몸 아끼지 않고 땀 흘려 일해준 방림원 직원 모두에게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방한숙
2022.06.13
4월 이야기 방림원의 4월은 꽃 전시장이다. 곳곳에 어디를 가든 화려한 꽃을 만나볼 수 있는 4월이다. 나는 꽃들의 만찬회에 참석할 시간도 없이 코로나라고 하는 못된 놈이 나 좋다고 찾아오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지낸 나에게 그 시간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방림원은 어느덧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고,나무 아래 숲속은 나물 밭으로 변해있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꽃들의 곁으로 와서 나는 행복하고, 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먹으면 몸에 좋은 건강식이다. 곰취, 국화, 부지깽이 이 모두가 나물 시장이다. 꽃들로 눈은 즐겁고, 나물을 보면 배부르고 코로나로 인해 지친 내 몸은 하루 만에 치유가 되는 것 같다.
방한숙
2022.06.13
3월이면 3월이면     3월이면 핑크빛으로 물들인 방림원 숲속에 연두색으로 올라오는 새싹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구석구석 피어오르는 꽃들을 둘러보기에는 하루해가 너무 짧다. 아름다움에 흠뻑 젖은 삼월에 이 봄을 어떻게, 어떤 그릇에 담아보면 좋을까?오색으로 물들인 꽃들은 내 눈에 담고 꽃에서 풍기는 짙은 그 향기는 내 가슴속에 담는다.꽃에서 풍기는 짙은 그 향기는 내 가슴에 담아보고 생명의 빛깔이 있는 봄은 화분에 옮겨 심고 넘치고 넘치는 봄날을 모두 모아 땅에 담아보았다. 방림원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봄을 한 아름 담아 안겨주고 싶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숲은 임자가 따로 없으니 보는 사람이 임자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요. 그것이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2022.3.16
방한숙
202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