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야기
사진 제목 / 등록일
3월이면 3월이면     3월이면 핑크빛으로 물들인 방림원 숲속에 연두색으로 올라오는 새싹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구석구석 피어오르는 꽃들을 둘러보기에는 하루해가 너무 짧다. 아름다움에 흠뻑 젖은 삼월에 이 봄을 어떻게, 어떤 그릇에 담아보면 좋을까?오색으로 물들인 꽃들은 내 눈에 담고 꽃에서 풍기는 짙은 그 향기는 내 가슴속에 담는다.꽃에서 풍기는 짙은 그 향기는 내 가슴에 담아보고 생명의 빛깔이 있는 봄은 화분에 옮겨 심고 넘치고 넘치는 봄날을 모두 모아 땅에 담아보았다. 방림원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봄을 한 아름 담아 안겨주고 싶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숲은 임자가 따로 없으니 보는 사람이 임자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요. 그것이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2022.3.16
방한숙
2022.04.13
2월 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에 겨울이 떠나기 아쉬웠나 보다.이월이면 틀림없이 찾아오는 꽃샘추위에 방림원은 다시 겨울을 만난 듯하다. 연못, 수도꼭지 같은 곳은 물이 고여 모두 얼어버렸다. 한나절 따사한 햇볕 내리쬐면 수도꼭지에서 똑! 똑!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고, 그 위에 딱새 한 마리 머리를 거꾸로 쑤셔 박고 물 한 모금 목을 축이고 날아 가 버린다.딱새 날아가는 날갯짓 그 바람 소리에 힘 있는 삶의 소리가 들려온다.   살얼음이 채 녹지 않은 연못 속은 맑은 포도알처럼 뭉실뭉실한 개구리알이 군데군데 모여있고, 알 속에 수백 마리 올챙이 숨 쉬는 소리에 얼어있던 연못이 살아 움직인다. 앙상한 나뭇가지 밥알처럼 붙어있는 꽃눈은 살찌는 소리가 정겨웁고 딱딱한 흙을 밀고 뾰족이 잎을 내밀며 인사하는 수선화가 무척 반갑구나. 이 모두가 다양한 생물이 봄을 장식하려고 꿈틀거리는 것이니 나도 봄맞이하러 잠자던 호미 꺼내 들고 방림원 숲길을 거닐어본다. 내 다리에도 힘이 솟아오르는구나.2022.2.10
방한숙
2022.04.05
1월의 이야기 1월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달이기에1년의 시간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고 꿈을 꾸면서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하는 달이다.막상 세월이란 공간 속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려니 펜대를 잡은 손목엔 힘이 없고 빛깔도 흐릿해져 희미해지니 그 모든 것은 생각이요 마음뿐이다.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은 채 시곗바늘은 쉴새 없이 빨리도 지나간다. 세월은 참 빠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느지막이 방림원 숲길을 걷고 있다. 숲속에 들어서니 노란 복수초, 마취목, 매화, 꽃이 활짝 피어 나를 반겨주니 봄은 봄이로구나저 많은 꽃들이 내 인생에 반찬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배부른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어느새 봄을 알리는 방림원 푸른 동산은 봄옷을 화려하게 갈아입고, 내가 걸어가는 이 언덕에도 새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건만 오늘따라 매일 걷던 이 길이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질까?20년 동안 오고 간 내 걸음이 쌓여 찰나처럼 지나간 발자취가 방림원 그 자리에 겹겹이 쌓여 세월의 탑을 만들어 놓고 싶다.그 세월의 탑이 무한한 시간 속에 오래도록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주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오늘도 방림원을 거닐며 내 간절한 바람을 빌어본다.2022.1.31
방한숙
2022.02.15
12월의 이야기   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마지막 밤이다. 몇 일전 12월 22일 동짓날은 팥죽 먹는 날로만 기억을 하고 팥죽 한 그릇 먹고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동지가 지나면 새해가 바뀐다는 현실 앞에 나는 지나간 일 년의 시간들을 돌이켜 되돌아 보곤 한다. 코로나라는 병마가 찾아오는 바람에 내 일상 생활이 뒤죽박죽 엉켜 버렸다. 세상 사람들의 발목은 묶여 있고 코로나가 주인이 되어 버린 시간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할 때 언제나 그 중심에 방림원이 서 있었다. ‘어떻게 하면 방림원을 잘 이끌고 갈 수 있을까?‘ 몇 년을 두고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해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식물과 함께한 40년 세월을 넘고 넘다 보니 마음도 지치고 몸도 힘들고 기억도 늙어버렸다.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살아있는 방림원이 있기에 꿈도 꿀 수 있었고 내 인생의 설계도 할 수 있었다. 새해에 아름다운 방림원을 머리 속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설계를 하면서 2021년 마지막 밤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시간은 정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2021. 12. 31
방한숙
2022.01.04
11월의 이야기 시작과 끝이 없는 시간은 기약없이 흘러가고그 시간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끝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내 생애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불투명하지만남아 있는 시간 속에 친정엄마 청국장 시어머님 빠금장손맛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청국장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내가 양쪽 엄마의 손맛을 얼마나 따라 잡을지는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부모님의 남다른 제조법을 기록으로 남기고양쪽 엄마의 손맛을 남기는 것으로 내 80 평생 끝자락에 서서다시 한 번 엄마의 레시피를 만들어볼까 한다내 몸은 힘들어 힘들어 하면서도 오늘도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그 옛날 친정엄마가 큰가마 솥에다 메주콩을 삶을 때 모습 그대로콩을 삶고 있는 내 모습이 엄마를 꼭 닮아 보인다연기 속에서 눈물이 나고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고콩 삶는 가마솥도 눈물을 흘리는구나눈물을 흘리다 보니 어느새 하루 해도 저물어 가고 있구나 2021. 11. 30 
방한숙
2021.12.08
10월의 이야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10월이 바람같이 지나가고 11월을 만났네 11월 1일 첫 날 달력을 보니 1자가 나란히 셋이 서있으니 나뭇잎과 이별한 나뭇가지를 많이 닮았네 나무와 이별한 나뭇잎이 길가에 수북하게 쌓이고 쌓여서 빗자루는 할 일이 많아지고 개구리 울음소리 사라진 연못가 언덕에 국화꽃 털머위 노란 동산을 이루었네 빨갛게 검양옻나무 잎도 하나하나 떨어지기 시작하고 가을을 먹고 풍성하게 여물었던 열매들도 나무와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네 북에서 온 단풍바람은 빨리 지나가고 남쪽에서 꽃바람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2021. 11. 01
방한숙
2021.11.12
9월의 이야기 밤새도록 울어 대는 귀뚜라미 소리에밤잠 설레이고 출근길에 옷소매는 길어졌네한낮에 고추잠자리 앉을 듯 앉을 듯잔디밭에 날아다니고채진목 나무 열매 빨갛게 익었나 싶더니새들이 앉았다 날아가니열매는 보이지 않고가지들만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네감나무에 달린 감도 감색으로 옷을 갈아입고나뭇가지 사이를 뾰족이 내밀며인사를 나누네일러 주지 않아도 어김없이 찾아오는계절 앞에 방림원은 더욱더 바빠지고덩달아서 추석이란 놈은춧석춧석 바쁘게 나를 쫓아오고 있구나
방한숙
2021.09.29
8월의 이야기 불볕더위 사라지고입추가 찾아오니가을맞이 준비에 한층 바빠지네때늦은 가을 장마에 방림원 숲은 무성해지고서늘한 숲속을 거닐다 보니 등줄기에 붙어있던땀에 젖은 블라우스 힘 없이 떨어지고물푸레나무에서 울어 대는 매미소리 찌르르 찌르르반갑게 울기도 하네태풍 '오마이스'가 온다는 소식에방림원 옆길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혼자 중얼거리며 숲길을 걷고 있네
방한숙
2021.09.01
7월의 이야기 배롱나무 꽃이 붉게 수놓은방림원의 7월은 화려하다어김없이 찾아오는 삼복더위가장마라는 손님을 모시고 왔네흐드러진 나뭇가지에 빗물이고이고 고여서 그 무게를 못 이겨꽃들은 땅을 바라보고대롱대롱 매달려 있네떨어진 꽃잎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하나의 꽃동산을 이루니굵은 빗줄기를 바라보면서이제 장마가 물러 갔으면 좋겠다고혼자 내내 구시렁거리고 있네
방한숙
2021.07.22
6월의 마지막 일요일  '봄봄' 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봄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덥다,더워~'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여름이 왔나하고 달력을 보니 6월의 숫자도 몇 개 남지 않았네. 연두색 잎이 짙푸른 녹색으로 갈아입고그 한가운데 수국이 환하게 웃어주니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수국은 다른 꽃에 비해 꽃송이가 크기때문에누렇게 지는 모습이 눈에 쉽게 띄어 빨리 잘라주고 내년을 기약해야만 한다.내년 여름에 건강한 너희들 모습을 기대하면서오늘도 거름과 물을 주면서6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보내고 있네.
방한숙
202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