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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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 내가 20년 전에 제주에 내려왔을 때는 '고사리 장마' 라고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바람에방림원 식구들이 살아가는데 더 없이 좋았는데세월이 가면서 어느샌가 가랑비가 장대비로 변해 버렸다.굵은 장대비가 한 번 쏟아지면꽃들은 고칠 수 없이 망가지고 연약한 새순들은 꺾이고 부러져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들판과도 같다.상처 투성이인 들판에 반듯하게 서서 나를 반겨주는꽃창포(붓꽃과)가 있어 나는 감사하고 행복하다.다시 옛날처럼 고사리 장마가 찾아오는 날이 있을까?
방한숙
2021.06.01
5월의 이야기 오월에 피는 꽃은 대다수가 해묵은 나무들이라야생화 보듯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때로는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그 화려함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나뭇가지마다 허리가 부러지도록 매달린 꽃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저절로 배가 부르다.그들이 내어주는 그 향기에 내 코는 행복하고숲속에서 짖어대는 새소리에 내 귀 또한 즐겁다.
방한숙
2021.06.01
4월의 이야기 4월은 참으로 바쁜 달이다. 꽃이 피고 지고 마치 봄에만 볼 수 있는 시간의 달력 같다. 늦장 부리던 식물과 나무들도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꽃을 먼저 세상에 선보이고연두색의 연한 순을 내미는 배롱나무도 화려한 4월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새싹을 피우는 나무 아래 꽃은 지고 잎은 누렇게 변해 세상에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휴면기에 들어가는 식물(복수초, 수선화 등등)들도 눈에 띄니참으로 4월은 계절이 오고 가는 달인것 같다.
방한숙
2021.04.22
3월의 이야기 굵은 빗방울 흩날리며 비바람 몰아치던 요란했던 지난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니 나뭇가지는 굵어지고 솟아난 새싹 줄기는 힘이 생겨 꼿꼿하게 서있네.한 번씩 내리는 봄비에 키가 쑥쑥 자라더니 따사하게 내리 쬐는 햇살 아래 마침내 꽃망울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하네. 꽃잎 하나하나에 화려한 옷을 입혀준 태양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방한숙
2021.04.07
2월의 이야기 쌀쌀한 바람이 가슴속을 파고 들어 때늦은 털코트를 주워 입고 방림원에 와보니 지난 밤 세찬 바람 맞은 꽃눈들이 통통하게 부어있네. 그 바람 속에서도 매화꽃은 만발하고 땅속의 복수초는 노랗게 얼굴을 내밀고 있구나.
방한숙
2021.04.07
1월의 이야기 제주도는 한겨울 보다 2월, 3월이 더 춥다. 찾아오는 봄바람이 매서울 정도로 차다. 2021년에 찾아오는 봄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 꽃과 식물들을 지키는 나로서는 걱정이 많았다. 제주에 내려온 이래 20년 동안 이렇게 눈이 많이 오고 추웠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눈 속에 파묻힌 방림원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설경이였다. 온 세상이 하얀 것이 내 마음속도 머릿속도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하얘졌다. 이 하얀 도화지 위에 봄이 찾아오는 그림을 그리며 눈쌓인 방림원 길에 내 발자국을 남겨본다. 
방한숙
2021.04.07
기다림 나는 '기다림'이라는 세 글자를 좋아한다. '기다림'이라는 세 글자 속에 내 모든 삶의 그림자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 속에 내일을 바라보는 행복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가슴속 깊은 곳에 큰 산을 만들었다. 나는 오늘도 넓고 깊은 그 산속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으며 매일 매일 추억의 탑을 쌓아 올리고 있다. 숲이 무성한 산을 생각하면서...
방림원
2021.04.07
울엄마 꽃밭 엄마의 꽃밭을 담장 아래 그려 놓고 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네 봄비 찾아오면 꽃모종 옮겨 심느라 바쁜 울엄마 그리고 그 옆에 언제나 내가 서있네 내 열 손가락에 물들여 주시던 봉숭아 꽃잎 아주가리 잎에 싸서 내 열 손가락에 물들여 주시던 손다미가 굵은 엄마의손가락이 생각나네 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애정으로 보여주셨고 꽃을 심는 방법을 가슴에 안겨주셨네 엄마와 같이 꽃밭에서 뛰놀던 옛날로 뒤돌아 갈 수는 없지만 방림원 시작은 엄마이기에 방림원에 엄마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네 나는 아침이면 엄마의 냄새를 맡으러 꽃밭으로 인사를 가네 꽃밭에서 풍기는 울엄마 냄새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엄마의 향기인 것을 방림원 원장 방한숙 2019. 4. 15
방림원
2021.03.10